""<특별기고>재도약 절호의 기회 놓치지 말자"
날짜 : 20010126


김경희/지식산업사 대표 한국전자출판협회 회장

재도약 절호의 기회 놓치지 말자
김경희 / 지식산업사 대표 한국전자출판협회 회장
우리는 과거에 늘 주변이었다. 서세동점 이래 20세기까지 우리는 서양 제국주의 세력에게 아니면 그들에게서 배운 아류들에게 침략이나 분할의 대상이었을 뿐 정치·경제·문화 어느 면에서나 중심은 아니었다. 19세기 중말 이후 한반도는 열강의 각축장이 되었으며,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쟁투 끝에 해양세력인 영·미의 지원을 받은 일제의 우세는 청·러의 대륙세력의 거듭된 패퇴를 결과했고, 마침내 우리는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36년의 피지배 식민지 한국은 1945년 제 2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맞이했으나, 그것은 우리가 바라는 통일 독립으로 가는 길이 아니었다. ‘해방’은 미·소의 남북한 분할 점령이었고 따라서 근대적 국민국가 수립은 멀어져 갔다.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 남과 북의 단독 정부 수립은 미·소의 군사·정치적 후원 아래 한국 전쟁이라는 3년 동안의 국지전적 국제전에서 혈전을 치르지 않으면 안되었다.

세계중심 떠오를 공간 보인다
휴전 성립 이후 오늘까지 50년 가까이 남과 북은 각기 서로를 넘보면서 군사·정치·경제적으로 체제 경쟁의 대결관계를 지속해왔고 스스로의 힘을 극대화해 일정한 성취도 이룩해 왔다. 물론 이는 미·소 양대 세력의 우산 안에서 가능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소 외에 일본과 중국이 한반도를 둘러싼 4강 세력으로 등장했으며, 미·소·중·일의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은 그들 상호의 견제 가운데 한반도 분단 극복의 새로운 변수로도 기능하기에 이른 것이다. 1990년대 초 동구권의 몰락에서 비롯된 소련의 해체는 얄타체제 곧 미·소 양극 체제의 붕괴를 가져와 세계의 양극 중심이 깨어지고 이제 다극 중심체제로 바뀌어 가는 과정에 있다. 따라서 세계의 한쪽인 동북아시아에서도 새로운 질서의 재편성 과정에서 우리 겨레가 하나의 중심으로 떠오를 힘의 공간이 내다보이고 있다. 이 시점에서, 양극체제 아래 힘의 극대화를 추구하던 남북한은 군사적 대치 속에서는 그들의 힘이 상충적이어서 더 이상의 발전은 한계에 다달았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 집중적인 표현이 2000년 6월 15일의 남북 화해선언이다. 타율의 조건에서 분단되고 그 연장선상에서 미·소 양극 세력의 대리전이라고 할 동족 상잔의 전쟁과, 그 이후의 대결은 안과 밖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되었다. 그리하여 주변으로만 기능했던 우리 겨레가 새로운 국제 정세 속에서 하나의 중심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기회가 온 것이다. 겨레의 오랜 역사에서 그때마다 당시의 세계 곧 동북아시아의 중심으로 기능했던 몇 차례의 경험을 돌아볼 때, 우리 조상들은 안팎의 정황을 주체적으로 활용했음을 본다. 후삼국을 통일한 고려의 건국이 그러했고, 조선의 건국 또한 그러했다. 안으로는 낡은 체제를 과감히 뜯어 고쳐 백성들의 고통을 덜 수 있는 희망을 제시하여 내부의 힘을 결집하고, 밖으로는 대륙의 분열이나 힘의 변동을 외교적으로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독립국가를 세워 당시 세계의 중심으로 등장했던 것이다. 오늘 우리 겨레가 반세기가 지난 분단과 상호 소모적인 대결을 넘어 평화를 정착시키고 서로 지닌 힘을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하도록 새 틀을 짠다는 것은 안으로는 꿈에 그리던 통일된 국민국가로 가는 지름길이요, 밖으로는 주변을 벗어나서 동북아시아의 한 중심으로 우뚝 서는 길이기도 하다.

지도층, 멀리 내다보는 슬기 보여라
그러나 우리가 동북아시아의 중심, 아니 작지만 세계의 한 중심으로 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다. 우리를 둘러싼 미·일·러·중의 4강은 각각 그들의 국가적 이익을 관철하기 위하여 때로는 단독으로 때로는 연합으로 남과 북을 이용하려 들 것이고, 따라서 그들은 우리에게 견제와 협력 때로는 반대도 서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 남과 북은 지난 1세기 남짓 겨레의 근현대 역사에서 많은 것을 배우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19세기말 20세기 초 우리 지도층은 국제정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서로 분열하여 외세를 끌어들이다가 나라를 잃었으며, 20세기 중반 해방 전후 시기에도 분열과 대립으로 분단과 전쟁 그리고 대결로 시종하지 않았는가. 이제 21세기 벽두에 우리 남과 북의 정치·경제·문화 등 사회의 모든 분야 지도층들은 뼈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자각으로, 안으로는 작은 것을 큰 것에 종속시켜 눈앞의 것에 연연하지 않고 멀리 내다보는 슬기를 다해야 한다. 그리고 밖으로는 4강을 포함한 외국의 힘도 잘 달래고 활용함으로써 우리가 모처럼 맞이한 세계의 중심으로 뛰어오를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내일신문> 2001년 1월 26일